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번스타인/빈필/DG

romantiker74 2020. 4. 21. 19:58


Leonard Bernstein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90/02 Stereo, Digital
장소: Wien, Musikverein, Grosser Saal


브루크너와 말러는 애호가는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지휘자는 겹치지 않는 편이라 요훔이 말러를 자주 연주하지 않았던 것처럼 번스타인도 브루크너를 자주 연주하지는 않았다. 번스타인의 경우 생전에 브루크너 교향곡 중에서 6번과 9번만 무대에 올렸다고 하는데 9번의 경우 음반으로 남아 있다. 고클래식에서 쥴리니, 첼리비다케, 반트 등을 제쳐놓고 최고의 선택으로 올려놓아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음악을 들어보니 번스타인이 왜 유독 브루크너 9번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상시키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이었다. 연주를 들으면 평소엔 내성적이고 소심했을지 모르지만 내면에는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있었던 브루크너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하나의 주제 안에서도 템포를 많이 조였다 풀면서 터뜨릴 때는 확실하게 쏟아내는 연주인데 작은 봉우리까지 모두 클라이맥스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평화로운 느낌보다는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듯한 1악장의 2주제도 유니크하지만 경과구처럼 흘러가기 쉬운 카논이나 1주제의 반전 멜로디가 이렇게 강렬하게 들리는 연주는 없을 것 같고 연주에 매료되면 다른 연주들이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묵직한 느낌으로 조금 느리게 연주한 스케르초는 전율 내지는 약간의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이고 슈베르트를 연상시키는 상큼한 소리로 변신하는 트리오에서는 빈필이 출중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3악장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9번 4악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번스타인 특유의 장점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암울한 고뇌와 번민, 쓸쓸함 등의 감정에 빠지게 하며 곡이 끝나면 그대로 감동에 남아 있고 싶어서 절대 4악장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결국 말러 교향곡 9번과 닮은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비창 교향곡이 아니라 브루크너의 9번 교향곡인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종교적인 숭고함을 추구하거나 미완성 작품이 주는 아련한 아쉬움을 느끼고자 한다면 잘 안 맞겠지만 비극 작품을 보고 나서 느끼는 정화감같은 것을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연주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