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아바도/빈필/DG

romantiker74 2020. 4. 21. 19:57



Claudio Abbado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96/11 Stereo, Digital
장소: Wien, Musikverein, Grosser Saal


아바도는 빈필과 교향곡 1, 4, 5, 7, 9번의 음반을 남겼고 9번은 가장 나중에 발매가 되었다. 발매 당시에 다른 음반들은 자켓에 금박 코팅이 들어가 있는 데 9번만 그렇지 않아서 수집가들의 불만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시리즈 전반적으로 현을 앞세운 밸런스에 살짝 빠른 템포가 공통점인데 1번에서는 효과가 확실히 좋았는데 나머지 작품들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듯 했다. 9번의 경우 리뷰어에 따라서 힘이 없고 맥이 풀린 듯 하다거나 디테일에 주목하느라 큰 그림을 놓친 것 같다는 평을 하셨다. 아바도에 대한 팬심 내지는 아바도가 지휘한 베를린필의 말러 9번을 좋아했던 기억 등을 갖고 들어도 1악장 1주제는 조금 유약하게 들렸다. 2주제는 살짝 빠른 느낌이었는데 전개되면서 목관의 에코가 잘 들리고 대위구조가 투명하게 잘 보였다. 오보에가 멜로디를 이어가거나 목관의 아리오소 이후에 플륫이 역진행을 할 때 밸런스가 자연스럽게 들렸다. 이런 경험을 갖고 1주제가 재현되면서 팡파르가 나올 때는 현의 출렁거리는 멜로디가 잘 들렸고 트럼펫의 불협화음 효과도 잘 살아나서 다른 명연들처럼 카리스마가 느껴지면서 짓누르는 느낌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조여드는 느낌이었고 이쪽도 나름대로 섬뜩했다. 2악장에서는 스타카토를 붙인 금관 악기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돋보였고 이어지는 오보에의 멜로디는 유난히 냉소적으로 들렸다. 트리오에서 현이 민첩하게 연주하다가 애절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자연스러웠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파르지팔의 성배의 동기를 연상시키 듯 3악장이 시작되고 세상에의 이별이라고 했던 바그너 튜바의 코랄, 폴카, 카논 풍의 어두운 행진 등 3악장의 다양한 동기들과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잘 살려냈지만 그러다보니 복잡하게 들리는 면이 없지는 않았다. 글도 살짝 템포를 떨어뜨리면 사라져가듯 연주하는 코다는 복잡했던 기억을 지우고 정화감을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