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첼리비다케/뮌헨필/EMI

romantiker74 2020. 4. 21. 19:51



Sergiu Celibidache (conductor)
Munchner Philharmoniker


 녹음: 1995/09/10 Stereo, Digital
장소: Philharmonie am Gasteig, Munchen



최은규 님이 가장 먼저 추천한 음반이고 발매 당시 많은 애호가들로부터 좋은 반향을 일으켰던 음반이다. 첼리비다케 만년에 느린 템포가 특징적인데 보통 1시간 정도에 연주하는 이 작품을 80분 정도에 연주하고 있다. 4악장 버전으로 연주하여 100분이 넘어갔다면 감상하기 힘들었을지 모르겠지만 3악장으로 되어 있어 교향곡 7번, 8번에 비해 연주를 듣기 수월해진 면은 있는 것 같다. 느린 템포를 바탕으로 한음 한음 에너지를 쏟아 부은 해석 덕에 처음부터 거대하고 유장한 느낌이 든다. 특히 천천히 연주한 1악장의 2주제에서 첼리비다케 연주만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데 듣고 있으면 다른 연주와 달리 신비로운 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하고 내지는 첼리비다케가 관심이 많았다고 하고 CD 자켓을 장식하고 있는 선불교의 마크와 일본의 카레산스이 정원의 이미지가 겹쳐지기도 한다. 잘못하면 곡이 변화없이 밋밋해질 수가 있는데 2주제가 반전되서 등장할 때는 템포를 느리게 잡지 않아서 전체적인 곡의 굴곡도 살리고 있는 듯 했다. 문제는 2악장일 것 같은데 템포가 느린데 개인적으로는 적당히 여유가 있어서 묵직한 느낌이 드는 범위를 넘어서서 스케르초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특유의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울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의 템포를 지지해 주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민첩한 느낌이 나야 할 것 같은 트리오에서도 템포가 느려서 대가의 해석이지만 좀 아니다 싶었다. 3악장에서는 다시 첼리비다케 특유의 장점이 살아났다. 동기 하나하나가 도드라지게 나타나지는 않았고 전체적으로 유장한 흐름 속에서 클라이맥스에서 터뜨려 주는 흐름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긴 호흡의 호른의 소리가 잦아들고 정적이 조금 흐르고 박수 소리가 나오면 감동이 밀려오기는 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2악장의 템포는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되지 않아 표준적인 명연으로 추천을 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어떤 연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는 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