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8번 반베이눔/콘서트헤보/필립스 (하스)

romantiker74 2020. 3. 31. 19:38


오래된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교항곡 9번 연주를 레코드 포럼에서 베스트 음반으로 선택했었고 5, 7, 8, 9번이 박스로 매우 저렴하게 (내 기억이 맞다면 15유로 정도) 나와 있어서 9번 하나만 결정반이라도 본전은 뽑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당시에 콘서트헤보가 드림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멤버 구성이 좋았다고 해서 나머지 음반들도 좋을 것이라 기대했다. 군더더기 없이 어떻게 들으면 조금 건조하게 살짝 빠른 템포로 연주해서 슈리히트의 연주와 인상이 좀 비슷했다. 슈리히트의 EMI 반과 비교했을 때 이 음반은 1955년 녹음한 모노 음반 치고는 음질이 좋았다. 1악장이 시작되고 듣다 보면 전체적으로 너무 감정을 빼 버린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클라이맥스와 이후로 이어지는 코다는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스케르초는 어떻게 들으면 러시아 음악처럼 들릴만큼 빠르고 강렬했다. 트리오는 예쁘고 환상적으로 표현해서 모노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빠져들게 만들었다. 3악장은 서정적인 느낌은 조금 약했지만 하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분은 환상적으로 잘 묘사했고 4악장은 빠른 템포를 바탕으로 극적인 부분을 잘 살렸다. 4악장 2주제에서 너무 늘어뜨리지 않아서 곡이 더 명료하게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오래된 모노 녹음이라 금관이 피곤한 소리를 내는 건 좀 아쉽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만큼 괜찮은 소리가 나오게 한 현대과학의 승리에도 놀라게 된다. 브루크너 교향곡 8번처럼 거대하고 입체적인 작품에서 녹음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아쉬운 게 사실이나 전체적으로 살짝 빠르고 깔끔하지만 포인트를 잘 살려서 곡이 주는 충격을 잘 전달한 연주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 누군가 이렇게 연주해 주기를 기대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