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8번 쥴리니/빈필/DG

romantiker74 2020. 3. 31. 19:20



Carlo Maria Giulini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84/05 Stereo, Digital
장소: Wien, Musikverein, Grosser Saal


레코드포럼에서 이명재 님도 우선적으로 추천을 하셨고 많은 애호가들로부터 가장 널리 추천되는 음반인데 1악장을 처음 들어본 순간 명불허전이었다. 확 이거다 싶을 정도로 풍성한 사운드로 유장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데 게르만 출신의 브루크너 전문가들을 놔두고 쥴리니를 꼽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듣고 있으면 너무 감정을 들었다 놓았다 해서 조금 피곤해질 수 있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 같다. 그냥 틀어놓고 다른 일 할 때는 다른 음반을 고르게 될 것 같은 정도일까? 격정적인데 억지스럽지 않으니 거부하기 힘든 연주가 되는 것 같다. 한음 한음 똑똑하게 연주하는 2악장의 스케르초도 느리다기보다는 당당하고 묵직하다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게 된다. 트리오도 예쁘다기보다는 어딘지 처연한 느낌으로 가슴을 짓누른다. 3악장은 하프 위로 펼쳐지는 현의 멜로디 등이 반지의 제왕 같은 환타지 영화가 떠오를 것 같이 유장하고 서정적인 흐름을 보여주면서도 클라이맥스에 확실하게 터뜨려주어 나무와 숲을 모두 잘 살리고 있었다. 이명재 님은 3악장에서 템포의 변화가 미묘해서 재미를 주고 있다고 하시는데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4악장은 터뜨려줄 부분에서 제대로 터뜨려 주기는 하는데 중간중간 늘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코다는 살짝 아쉽기도 했다. 4악장만 아니었으면 주저없이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결정반이 될 수 있었는데 4악장이 여지를 남기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