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romantiker74 2005. 4. 30. 09:55


 

(그림은 19세기 어느 그림책에 들어가 있는 삽화다.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하고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실을 잡고 있다.)



들어가면서
베토벤을 존경했던 브람스는 20대에 교향곡 1번의 작곡을 시도하지만 결국 온갖 장르의 음악을 작곡해보고 40대가 되어서야 첫 교향곡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바그너를 존경했던 슈트라우스도 오페라를 내 놓는 데 브람스가 교향곡을 내 놓을 때처럼 고생을 한 것 같다. 처음에는 바그너처럼 스스로 대본을 쓰고 작곡을 해서 군트람이란 작품을 내 놓는다. 결과는 실패였고 슈트라우스는 대본의 중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 그후에 화재라는 작품을 쓰는 데 당시엔 제법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지만 오늘날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늘날까지도 자주 상연되는 슈트라우스의 첫 히트작 오페라는 살로메가 될 것 같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으로 독어로 번안되어 공연된 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아 독일 작가에게 독어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해서 오페라로 만들었다고 들은 것 같다. 그 후에도 슈트라우스의 대본사냥은 계속되는 데 호프만스탈이라는 작가가 쓴 연극 엘렉트라를 보고 또 감동을 받게 된다. 이전에도 호프만스탈은 슈트라우스에게 자기 대본으로 오페라를 써 보자는 제안을 했으나 슈트라우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것 같고 엘렉트라를 보고 슈트라우스도 이 사람과 작품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두 사람은 오페라로 엘렉트라를 내 놓게 되고 그 후로 슈트라우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하게 된다. 첫 작품은 그리스 신화에서 소재를 따온 엘렉트라였고 다음은 합스부르크 왕가 시대의 귀족의 생활을 그린 장미의 기사였다. 그리고 그 다음은 마치 변증법의 정반합을 보듯 귀족의 집에서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한 오페라가 상연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가 된다. 엘렉트라가 전위적이고 폭발적인 작품이었다면 장미의 기사는 모차르트로의 회귀 내지는 왈츠의 느낌이 가득한 오페레타 같은 작품이었다.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도일 지도 모르지만 결과로 보면 장미의 기사는 당시에 대성공을 거두었고 아직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음 작품인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는 원래 몰리에르의 희곡으로 만든 연극 서민귀족의 막간 극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은 것 같다. 일단은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후에 슈트라우스는 호프만스탈과 함께 프롤로그를 붙인 형태로 개작을 한다. 연극의 막간 극으로 오페라를 써야한 내지는 전위적인 음악의 노선을 버리고 고전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슈트라우스의 변명이 프롤로그에 좀 반영이 된 것도 같다. 물론 대본은 호프만스탈이 썼지만 슈트라우스와 편지로 의견을 계속 교환하면서 작업을 했고 이 대본의 내용에도 슈트라우스의 입김이 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마음대로 극의 내용을 주무르고 돈을 주었으니 군소리말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집사, 인생이란 다 그런 거라며 현실에 타협하라는 음악교사, 가발이 맘에 안든다고 투정부리는 테너 가수, 공주병에 걸린 듯한 소프라노 가수 등이 작곡가를 둘러싸고 있다. 물론 오페라와 같이 올리는 광대극을 준비하는 춤선생은 고사하고 그에게 돈을 주고 작곡을 의뢰한 귀족 마저도 그의 예술 세계를 알아 줄 리는 없다.
프롤로그에 이어지는 오페라는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포세이돈에게 바치는 소를 바꿔치기 했다가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아네 파시파에가 소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파시파에는 소의 상체와 인간의 하체를 가진 미노타우르스를 낳는다. 미노타우르스는 포악하여 사람들을 닥치는 데로 해치게 되고 미노스 왕은 유명한 장인 다이달로스에게 한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게 하고 그곳에 미노타우르스를 가둔다. 하지만 신의 뜻에 의해 탄생한 미노타우르스를 함부러 굶겨 죽일 수는 없고 산 사람을 미노타우르스에게 제물로 바치게 된다. 한편 크레타의 왕자 안드로게우스가 아테네에서 열리는 체전에 참가했다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크레타와 아테네는 전쟁을 벌인다. 결과는 크레타의 승리. 크레타는 아테네에 미노타우르스에 제물로 바칠 젊은 이들을 조공으로 요구한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스스로 볼모가 되어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하러 크레타로 간다.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눈이 맞아 테세우스에게 실을 주어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한 후에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준다. 미노스 왕은 미궁에서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미궁을 설계한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를 미궁에 가두어 버리고 테세우스는 같이 온 아테네 사람들과 아리아드네를 배에 태우고 낙소스 섬으로 간다. 낙소스 섬에서 테세우스의 꿈에 아테네 여신이 나타나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아테네로 가라고 하고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아테네로 돌아간다. 테세우스는 아테네를 떠나올 때 자기의 거사?가 성공하면 흰 돛을 실패하면 검은 돛을 달고 돌아오겠다고 했는 데 깜빡잊고 돛을 바꿔달지 않았고 테세우스를 기다리던 아테네의 아이게우스 왕은 아들이 죽은 줄 알고 낙담하여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한다. 그리고 낙소스 섬에는 아리아드네만 남는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는 여기서 시작한다. 낙소스 섬에 남겨진 아리아드네는 로댕에게도 영감을 주었는 지 로댕도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라는 조각 작품을 남기고 있다.
이 작품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작품 중에서 가장 끌리는 작품이었다. 물론 지명도야 살로메, 엘렉트라, 장미의 기사에 비해 떨어지지만 살로메나 엘렉트라는 듣고 있으면 좀 피로가 몰려올 것 같고 20세기의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피리라 불리는 장미의 기사와 그림자없는 여인도 상당히 끌리지만 너무 길다는 아픔이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음반으로 접했을 때 프롤로그 부분이 오페라라기 보다는 그냥 연극 같아서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일단 서막의 주인공은 테너도 프리마 돈나도 아닌 작곡가인 것 같다. 작곡가는 자기의 작품이 이상하게 각색되어 공연되어야 한다는 충격 속에서도 투철한 예술혼?으로 아리아들을 생각해 내면서 흥얼거려 서막에 멜로디를 더하고 거기에 체르비네타에게 반해 사랑의 노래도 불러 음악적으로 밋밋한 서막에 음악을 불어넣어 준다. 물론 이런 느낌을 이 오페라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받은 것은 아니었고 처음에는 음반으로만 들어서는 감흥을 받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지는 오페라는 처음부터 제법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명의 라인강의 처녀처럼 나이아드, 드리아드, 에코가 등장하고 아리아드네의 아리아 이어지는 광대극 그 속에 체르비네타의 짜릿한 아리아 바쿠스를 만나 사랑의 2중창으로 끝을 맺기까지 지루할 틈 없이 곡이 진행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어쩌면 말러의 교향곡 연표에서 교향곡 4번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법 실험적이었던 1번, 더 깊어진 2번, 분량은 매우 늘어났지만 음악적으로는 좀 듣기 편해진 3번 그리고 3번의 에필로그 같은 느낌도 들면서 편성도 확 줄여 가벼운 느낌이 나는 4번. 왠지 살로메, 엘렉트라, 장미의 기사에 이어지는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도 왠지 비슷한 흐름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말러의 3번 교향곡의 5악장 알토 솔로에서 4번 교향곡이 연결의 끈을 갖듯이 마샬린-옥타비안-소피로 이어지는 소프라노-남장 여자 (메조 혹은 소프라노)-소프라노의 배열을 체르비네타-작곡가-아리아드네로 이어나가고 있고 2부의 스카라무쵸, 할레킨, 트루팔딘, 체르비네타의 춤에서의 왈츠의 느낌은 장미의 기사와의 어느정도의 연결고리를 갖는 것 같다.


등장인물
관리인: 노래는 없고 말만하는 역이고 얄미운 권위적이고 복지부동하는 공무원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교사: 바리톤이 부르고 오페라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에 치이면서 괴로와하는 역으로 나온다.
작곡가: 메조나 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 부르고 나름대로 예술혼을 갖고 순수한 예술을 추구한다.
사관: 테너가 부르고 체르비네타에게 작업을 건다.
무용교사: 순수 예술가의 거만함을 좀 비웃는 대중예술가로 그려진다.
가발사: 베이스가 부르고 테너가수에게 구박받고 작곡가에게 틱틱거린다.
체르비네타: 콜로라투라가 기량을 과시할 수 있는 역이고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려는 인물로 묘사된다.
프리마 돈나(아리아드네): 소프라노가 부르고 서막에서는 공주병으로 무장한 여자로 나온다.
나이아드: 물의 요정, 소프라노가 부른다.
드리아드: 나무의 요정, 알토가 부른다.
에코: 메아리의 요정, 소프라노가 부른다.
할레킨: 광대복을 입고 나오고 기타를 치고 세레나데를 부르기도 한다.
스카라무쵸, 트로팔딘, 브리게라: 체르비네타와 함께하는 광대극의 캐릭터들로 각각 테너, 베이스, 테너가 부른다.



줄거리

서곡은 짧지만 극 전체의 내용을 잘 압축하고 있다. 작곡가의 주제로 시작하여 피날레의 주제가 이어지고 이 부분은 어쩐지 말러의 교향곡 4번을 연상시킨다. 광대극의 왈츠에 이어 체르비네타의 노래를 흘리며 끝나면서 서막으로 이어진다.



서막
막이 오르면 음악교사가 관리인에게 오페라뒤에 광대극을 끼워넣는 건 말도 안된다고 항의하지만 관리인은 가볍게 무시한다. 작곡가의 주제가 흐르면서 작곡가가 등장하고 가수들을 찾는다. 모두가 어디로 숨어서 보이지 않고 가발사나 하인같은 사람도 틱틱거리면서 안 도와준다. 테너가수는 가발이 맘에 안든다고 짜증을 내고 프리마 돈나는 백작을 만나겠다고 나선다. 체르비네타와 무용교사가 나와 사람들이 오페라보면 지루해 하니까 웃기기 쉬울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작곡가는 음악교사에게 체르비네타가 누군지 묻는다. 체르비네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자연스럽게 작곡가도 자기 오페라 뒤에 광대극이 공연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고 충격에 빠진다. 그와중에도 계속 아리아를 생각하면서 부르는 걸 보면 장인 정신이 감탄스럽긴하다. 체르비네타는 화장을 고치고 음악선생은 작곡가를 달래본다. 프리마 돈나도 체르비네타를 보고 저런 사람과 내가 어떻게 같은 무대에 서냐고 짜증을 내고 체르비네타랑 음악교사는 오페라가 뭐 그리 대단하냐는 노래를 부른다. 평민귀족의 선율을 따왔다고 하는 데 멜로디도 그렇고 탬버린과 피아노 소리와 함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교사는 이번엔 프리마 돈나를 달래고 그 와중에 팀파니의 쾅 소리와 함께 관리인이 다시 등장해서 충격선언을 한다. 오페라와 광대극을 섞어 버리고 내용을 잘라내서 9시에 불꽃놀이할테니 그때까지 끝내라는 말을 전한다. 작곡가는 더더욱 충격에 휩싸이고 관리인은 난 전할 말 전했으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는 말과 함께 유유히 사라진다.
무용교사는 체르비네타에게 오페라의 내용을 대충 설명하고 작곡가를 설득해서 오페라를 고치게 한다. 작곡가는 차라리 원고를 태워버리겠다고 펄쩍뛰지만 음악교사는 그러면 우리 6개월동안 굶어야 된다는 현실을 직시시켜주고 체르비네타도 작곡가를 유혹해서 오페라를 고치게 한다. 작곡가는 아리아드네는 지고지순의 여인이라고 하지만 체르비네타는 그런 천사표가 요즘 어딨냐고 하고 그런 와중에 작곡가는 체르비네타의 매력에 끌리고 둘은 사랑의 이중창을 불러 멜로디가 부족한 서막에 멜로디를 심어준다. 음악을 줄이다 보니 테너와 프리마 돈나는 서로 자기 노래 안 잘리게 하려고 하고 예정시간이 되자 음악교사가 공연하려고 스텝과 출연진을 모은다. 당황하는 작곡가에게 음악교사는 "너가 허락했잖아"라고 하고 작곡가는 "제가 언제요?"라고 펄쩍뛰는 순간에 짠~하면서 서막이 내린다.



오페라
서막에 오페라가 이어지고 오페라 속의 오페라에 붙은 서곡이 나온다. 아리아드네의 실의를 상징하는 우울한 멜로디가 때론 바로크적인 때론 실내악적인 느낌을 주면서 흐른다. 곡은 혼란스러운 절정을 거쳐 잦아들고 다시 첫 멜로디가 나오면서 세 명의 요정이 잠든 아리아드네 주위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오페라가 시작된다. 멜리스마가 많은 여성3중창이어서 지중해의 분위기를 좀 느끼게 해준다. 아리아드네가 잠에서 깨고 섬에 남겨진 운명을 한탄하고 죽음을 동경하는 노래를 부른다. 테세우스와의 아름다운 시절을 기억하는 부분이 노래와 혼과 목관악기를 바탕으로 바이올린 솔로가 흐르는 반주가 아름답다. 거기에 할레킨, 트로팔딘, 스카라무쵸, 브리겔라, 체르비네타가 등장하여 아리아드네를 어떻게 위로할까를 의논한다. 노래를 불러 주기로 하고 할레킨이 기타를 들고와서 세레나데를 부른다. 기타소리는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첼레스타같은 악기로 묘사하고 있고 에코가 할레킨의 노래를 따라하면서 흘러간다. 아리아드네는 광대들은 외면한 채로 신성한 죽음의 왕국이 있어 거기의 신이 자기를 받아 줄 거라는 노래를 부른다. 체르비네타의 노래 다음으로 사랑을 받는 곡인 것 같고 말러의 교향곡 3번 4악장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점점 뭔가 잘 모르는 것을 꿈을 꾸듯 동경하는 로엔그린의 엘자의 노래처럼 흘러간다. 다시 피아노와 첼레스타소리와 함께 뮤지컬같은 분위기로 광대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와 광대극이 정말 미묘한 조화와 대비를 이룬다. 어깨를 들썩이게하는 춤과 노래에 이어 체르비네타가 나머지 남자 광대들을 내보내고 유명한 레치타티보-아리아 고귀하신 공주님을 부른다. 피아노 반주의 레치타티보에 이어 수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바람기나 변덕이 아니라 필연처럼 수많은 사랑을 만나게 되었다는 론도를 부른다. 정말 화려한 콜로라투라 노래이고 음반으로 듣다가도 이 노래가 끝나면 박수를 치고 싶어진다. 이 노래가 베버의 무도회의 권유처럼 박수치기 어려운 노래이긴 하지만. 체르비네타의 노래도 별로 효과가 없고 다시 할레킨과 그의 일당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남자 광대들이 번갈아가면서 체르비네타에게 작업을 건다. 할레킨은 슬쩍 빠져 기회를 엿보고 장미의 기사를 연상시키는 왈츠가 흐른다. 결국 기회를 보던 할레킨이 체르비네타와 키스를 하고 나머지 광대들이 약올라 하면서 퇴장한다.
팡파르와 함께 3명의 요정이 나와서 바쿠스의 등장을 알린다. 어딘지 마술피리의 첫장면을 연상시킨다. 바쿠는 세멜레가 죽고 요정들이 키웠고 키르케의 마법을 피했고 이젠 멋진 청년으로 성장했다는 내용을 요정의 노래로 정리해준다. 바쿠스는 아리아드네를 키르케로 아리아드네는 바쿠스를 죽음의 신으로 착각한다. 3명의 요정은 슈베르트의 자장가를 연상시키는 사랑의 노래를 불러준다. 아리아드네는 자신을 죽음의 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박쿠스에게 몸을 던지지만 둘은 사랑에 빠진다. 다시 3명의 요정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바쿠스와 아리아드네의 2중창이 이어진다. 첫눈에 빠진 두 남녀의 노래는 어딘지 지그프리트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순간 체르비네타가 펑 나타나서 바쿠스가 나타났을 때부터 둘이 잘 되기를 기원했다는 말을 하고 펑 사라진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바그너와 다른 슈트라우스의 유머일 지 모르겠다. 당신이 내 품에서 죽는 것 보다 저 하늘의 별이 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바쿠스의 노래로 오페라는 웅장하게 막을 내린다.



음반, 영상물
이 작품은 음반하고 영상물을 하나씩 접했느 데 모두 레바인이 지휘한 연주이고 캐스팅도 많이 겹쳐 느낌은 비슷하다. 두 연주 모두 체르비네타는 캐서린 배틀이 맡고 있는 데 어려운 노래를 무리 없이 불러 주고 있고 어쩌면 좀 백치미있느 체르비네타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아리아드네는 음반에선 모토바 신토우가 영상물에서는 제시 노만이 부르고 있는 데 둘다 카리스마 있는 노래를 들려 주고 있다. 바쿠스는 음반에서는 개리 레이크스가 영상물에서는 제임스 킹이 부르고 있고 둘다 잘 부르는 것 같은 데 화면으로 봐서인지 제임스킹이 배역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연출은 메트의 영상물답게 대본에 충실한 고전적인 연출이었다. 관리인이나 무용교사의 성격을 화장이나 지팡이같은 소품으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지만 무대 위에서 가수들의 춤동작은 좀 어색했던 것 같다. 신이라기 보다는 포도무늬 옷을 입은 귀족같은 차림의 바쿠스의상도 좀 이상했다. 서막과 오페라 사이에 레바인이 배틀이나 노만과 리허설 하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는 데 피아노도 잘치고 성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아서 왠지 그가 지휘하는 오페라에 신뢰가 가는 느낌을 받았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향곡 13번 '바비야르' 가사  (0) 2005.03.20
교향곡 10번 (해설:이승재)  (0) 2005.03.20
교향곡 8번 (해설:김문경)  (0) 2005.03.20
교향곡 8번 (해설: 이승재)  (0) 2005.03.20
교향곡 5번 d단조 (해설: 윤성준)  (0) 200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