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리카르도 샤이 (Riccardo Chailly)
연주: 왕립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Koninklijk Concertgebouworkest)
사용 판본: 1894년 원전판 [Nowak 편집(1951)]
녹음 일자: 1996. 6.
녹음 장소: Amsterdam, Het Concertgebouw, Grootezaal
개인적으로 샤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커플된 바하/베베른의 6성부 리체르카레도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해서
궁금했던 녹음이었다. 그러나 고클의 리뷰가 최악이라 구입은 좀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 리뷰 말고도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어서 오히려 더
궁금하기도 하기는 했다.
들어본 느낌으로는 '나름대로 괜찮은 데' 였다. 물론 '쥴리니는 거장이고 빈필은 훌륭하다' 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트리지는 못했지만.
1악장이 샤이의 특징이 가장 잘 배어있는 것 같고 고클 리뷰에서도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다.
샤이의 브루크너는 0, 2, 6, 7번에 이번에 9번을 들어보았는 데 지속음과 에코를 강조해서 오르간적 음향을 연출하는 걸 특징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 읽었던 리뷰대로 63마디의 포르티시모 투티가 별로 파괴력있게 들리지 않는 건 사실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런 대목에서 맥이 빠진다고 느낄 수는 있다. 2주제에서 플륫이 지속음이나 메아리를 만들어 나간다. 다른 연주보다 플륫의 부선율이
강조된 편인 데 나한테야 좋게 들리지만 물론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2주제가 제법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 데
langsamer라는 악상기호에 주목한 것 같다. 독어의 비교급은 좀 미묘한 의미를 가지는 데 더더욱 느리게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느리게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2주제를 제법 빠르게 가져가는 건 후에 나온 아르농쿠르의 음반에서도 보인다. 하여간 그리 설득력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
2악장의 금관도 그렇게 강렬하진 않다. 어쩌면 그래서 스케르초가 약하게 들릴 지 모르겠다. 대신 금관과
따라들어오는 현의 음량을 비슷하게 맞춘 걸 보면 다이나믹을 손해보면서 왜 음량 배분을 이렇게 했는
지에 고개가 어느정도 끄덕여진다. 경과구에서 악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멜로디를 만들어 나가는 부분은 정말 한 악기가 연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음량 배분이 좋다.
3악장은 비교적 긴 호흡으로 연주했다. 갈망의 팡파르 역시 강렬하지는 않다. 하지만 3악장 끝 부분은
가슴에 여운을 남길만큼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었다.
고클에서 리뷰하신 분이 나보다야 브루크너를 많이 들으셨을 거고
브루크너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계실 거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 리뷰를 쓸 때는 좀 극단적이지 않으셨나
싶다.
내 개인적인 평가로는 이 곡의 결정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재밌고 커플된 바하/베베른의
리체르카레도 샤이의 음량배분이 돋보이는 연주여서 '후회할 선택' 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매일 즐겨 듣기엔 좀 그렇지만 가끔은
듣고 싶어지는 연주'가 내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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