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55125 2 (1CD)
DDD/ Stereo
지휘: 프란쯔 벨저-뫼스트 (Franz Welser-Möst)
연주: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The London Philharmonic)
사용 판본: 1878년 원전판/ Nowak 편집 (1952)
녹음 일자: 1993. 5. 31. & 6. 1.
녹음 장소: Wien, Konzerthaus
꽤나 궁금했던 음반이었다. 레코드 포럼 이명재씨 글에서도 추천음반이 되었고 classical21의 박진용씨 글에서도 폐반되어 추천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는 말이 있으니. 들어왔던 평은 패기넘치는 연주이고 실황이지만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브루크너의 5번과 패기는
얼른 연결이 되지 않아 그런 연주가 좋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드디어 접해보았는 데 만년의 지휘자가 인생을 관조하며 만들어가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도 물론 인상적이지만(요훔과 콘서트헤보, 반트와 베를린필, 첼리비다케와 뮌헨필 그러고 보니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의
명연주라고 하는 연주들은 대체로 그렇다.)
젊은 지휘자의 싱싱한 해석도 얼마든지 곡을 매력있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1악장
듣던대로 비교적 빠른 템포로 진행하고 밸런스도 뛰어났다. 빠른 템포를 바탕으로한 활기와 현악을 앞세운 서정적인
느낌이 아바도와 빈필의 연주를 연상시키는 면도 있었는 데 벨저 뫼스트의 연주가 좀더 대담하게 들렸다. 잘못 연주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데 귀에
쏙쏙 들어오게 연주해서 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2악장
브루크너를 좋아하는 분들이 격찬해 마지않는
악장이다. 매우 아름다운 악장이고 벨저뫼스트의
연주도 깔끔한 앙상블로 진행되는 것 같은 데 뭐라고 콕 찝어서 어디가 맘에 안든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만년의 거장들의 연주가 줄 것 같은 감동은 좀 없다.
3악장
가장 흥미롭고 어떻게 말하면
충격적이기까지한 연주였다. 지금까지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의 스케르초가 이렇게 다채로운 느낌의 악장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언제 끝났는 지
모르게 살며시 2악장이 끝나면 저음 현의 3박자를 바탕으로 목관이 이끌고 금관이 등장하는 강렬한 스케르초가 나온다.
지금까지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의 3악장 하면 바로 그 스케르초 만을 떠올렸다. 하지만 벨저뫼스트는 스케르초에 이어지는 랜틀러와 트리오 속에 숨은 폴카 2번 교향곡
1악장에서 인용한 듯한 주제 모두를 부각시킨다. 곡이 다채로운 건 좋은 데 연결부분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 장면전환이 너무 정신없게 들릴 가능성이
있는 데 경과구에 과감하게 가속도를 붙여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다. 신선하고 놀라운 해석이었고 앞으로 벨저뫼스트의 행보에 주목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폐반이 된 그가 연주한 브루크너 7번이나 이번에 발매된 브루크너 8번에 관심이 가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4악장
4악장 초반 역시 놀랍다. 4악장 초반이 이렇게 색채감 있게 들리는 연주 또한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물론 듣는 순간 좋았지만 4악장의
미학은 기다림과 해방감이라고 생각해온 터라 그런 부분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악장의 주제가 회상되면서 코랄이 시작될 때
자칫 싱거운 연주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벨저 뫼스트는 그 시점부터 템포를 늦추며 곡을 부풀려 가면서 장대한 피날레를
구축한다. 3악장에 이어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박수소리가 나올 때 같이 박수 쳐주고 싶은 느낌을 받았다.
벨저뫼스트는 몇몇
영상물에서 협주곡을 반주하는 모습으로 본 적이 있는 데 지적으로 보이는 얼굴과 큰 키에도 불구하고 엉거주춤 지휘하는 모습과 밋밋한 해석으로 별
호감을 주지 못했는 데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가 신보를 낼때마다 주목하게 만드는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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