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악단과 녹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어지간하면 모노 녹음은 장만하지 않지만 이 음반은 판본 덕분에 장만하게 되었다. 뢰베와 샬크가 개악했다는 구트만 판본을 택하고 있는 데 3악장은 70마디, 4악장은 35마디나 잘라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CD 속지에 보면 마타치치는 브루크너가 주요 레파토리가 되지 못한 영국에서 이 연주를 했고 비슷한 시기에 나온 크나퍼츠부쉬의 녹음에 가려진 비운의 녹음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음 당시 데니스 브레인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고 있었고 교향곡 4번에서 혼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이 녹음은 그것만으로도 매력을 지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들어 보니 모노 녹음이라 조금 답답하고 피곤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1악장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팀파니나 현의 부선율이 판본이 다르다는 걸 알려 주면서 재미를 주었다. 2악장이나 3악장의 트리오, 4악장의 2주제는 과장된 붓점과 약간의 루바토로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데 특정 부분에서는 행진곡의 분위기나 최면적 매력을 깎아 먹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다. 최근의 녹음들에 익숙해져 있다면 어딘지 과장되게 들리겠지만 그래도 수집가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재미있는 연주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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