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교향곡 1번 c단조
많은 경우 교향곡 작곡가들의 1번 교향곡은 후기의 작품들에 비해 작곡가의 깊은 정신이 투영되지 못해서 외면을 자주 받는다. 예외가 있다면 슈만, 브람스, 말러 정도일 것이다. 슈만이나 브람스는 다른 장르의 작품을 많이 작곡해보고 적지 않은 나이에 작곡한 작품이니 초기작으로 보기가 힘들겠지만 말러의 경우 젊은 시기에 작곡된 곡이지만 친숙한 선율로 말러의 다른 교향곡들로 감상자를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1번은 그 자리를 불행히도 4번에 빼앗기고 만 것 같다. 하지만 누가 내게 브루크너를 처음 들어보려고 하는 데 어떤 작품에서 시작해야 하냐고 물으면 4번보다는 1번을 골라줄 것 같다. 4번이 매력있는 곡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4번만해도 2악장이나 4악장이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 교향곡 1번은 길이도 조금 짧고 선율선이 분명하다. 4악장이 좀더 선율적이고 뭔가 제목이 붙어있었다면 이 작품을 포함한 초기작품들이 좀더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1악장은 저음 현이 행진곡 리듬을 긁어주면서 바이올린으로 제1주제를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말러 교향곡 6번의 도입부를 연상시킨다고도 하는 데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현이 서정적인 제2주제를 연주하고 드디어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을 연상시키는 3주제가 나온다. 처음 들었을 때 브람스의 교향곡 1번 4악장의 코랄주제를 만났을 때처럼 감동적이었는 데 이 작품의 초연당시 린츠의 청중들은 별로 안 그랬던 모양이다. 이 작품은 초연에서 크게 실패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으로 하향음을 화려하게 그리는 경과구도 귀를 즐겁게하는 등 전체적으로 지루할 틈없이 1악장을 마무리한다.
2악장은 썩 대중적이지는 않다. 뭔가 할말이 있지만 뜸을 들이는 듯한 도입부에 이어 호흡이 긴 주제가 이어진다. 현의 아르페지오를 타고 주제가 나오면서 클라이맥스를 구축하는 부분에 이르면 약간의 지루함을 털어낼 수 있다. 그 후로는 바이올린과 목관이 주로 선율선을 이어받으며 이어 나간다. 틴트너는 슈베르트를 연상시킨다는 말을 하는 데 아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슈베르트처럼 목가적이고 서정적이지만 그외에 뭔가가 숨어있을 것만 같다. 가끔 단조로 바꾸고 금관을 들여와 명암을 주는 방법 등이 그런 것도 같은 데 딱 그렇다고 말하기엔 아직 자신이 없다.
3악장은 스케르초와 미뉴엣의 차이를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좀 그로테스크하다. 클래식음악을 감미로움을 추구하며 듣는 다면 좀 불만스럽겠지만 교향곡은 대비의 미학이 중요한 장르임을 감안하면 악장의 성격을 받아들일 수 있다. 강렬한 주제가 론도처럼 나타나고 사이에 무곡 주제가 조와 악기를 바꿔가며 나온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4악장보다도 격렬한 무곡 사이에 나오는 트리오는 한적해 보인다. 리듬을 유지하면서 조를 조금씩 바꿔가며 악장을 마무리하는 부분도 이 곡의 멋진 부분 중 하나다.
드디어 문제의 4악장이다. 초연 당시 청중의 외면을 가져온 주범이라는 누명?까지 쓰고 있고 많은 해설서에서도 산만한 느낌을 준다고 되어있다. 실제로 좀 산만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1주제와 3주제를 팡파르로 만들다보니 2주제가 밋밋한 경과구 처럼 되어 버렸고 가끔 브루크너 특유의 쉼표를 활용해서인지 곡이 단절되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팡파르 끝나고 쉼표 후에 2주제가 나올 때는 그런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인데 리듬이 비슷해서 그런지 가끔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의 피날레를 연상시킨다. 음들을 쌓아가면서 피날레를 구축할 때는 앞의 산만한 느낌과 관계없이 박수를 칠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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