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브루크너 교향곡 6번, 샤이, 콘서트헤보

romantiker74 2005. 3. 20. 13:34

 

 

 

  DECCA

  458 189-2 (1CD)

  DDD/ Stereo

  (+ Wolf: 4개의 괴테 가곡)

 

지휘: 리카르도 샤이 (Riccardo Chailly)

 연주: 왕립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Koninklijk Concertgebouworkest)

 사용 판본: 1881년 원전판 [Nowak 편집(1952)]

 녹음 일자: 1997. 2. 17 - 19.

 녹음 장소: Amsterdam, Het Concertgebouw, Grootezaal

 

샤이의 브루크너는 나름대로 궁금했다.
말러 5번과 7번을 듣고 샤이를 좋아하게 되기도 했고 샤이도 거의 전곡을 녹음할만큼 브루크너에 관심을 가진 것 같았다.
그의 브루크너, 일단 후기작보다는 초기작이 좋은 평가를 받는 듯했다.
0번 1번은 거의 first choice로 꼽히는 것 같고 1번은 Wiener Verlag으로 연주된 정말 몇 안되는 연주라 수집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는 데 불행히도 둘다 폐반 2번과 5번은 둘이 같은 컨셉의 자켓인 데 샤이의 사진은 실물보다 아주 잘 나온 것 같은 데 디자인이 맘에 안들어서 일단 유보.
4번은 너무 쟁쟁한 연주가 많으니 이것도 제외하고, 7번은 이전에 수많은 호불호 평가가 이해가 안 될정도로 모범적인 연주라는 말에 제하고, 9번은 커플된 베베른의 바하 주제에 의한 리체르카레가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고클의 평이 최악이라 제하고 나니 결국 6번으로 낙찰이 되었다.

일단 샤이의 말러, 브루크너 사이클은 재밌는 커플곡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7번의 디펜브로크의 작품은 재미는 있었는 데 여러번 듣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고 1, 4, 6번은 커플된 젬린스키나 베르크의 작품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브루크너 6번에는 볼프의 가곡이 4곡 커플되어 있다.
괴르네라는 바리톤이 불렀는 데 사진 속의 모습과 달리 깊은 톤을 내는 가수였고 샤이의 반주도 아주 아름다웠다.
미뇽과 관계된 무슨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 데 가사의 내용은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경 지식이 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곡 자체는 매우 아름답다.

본 작품인 브루크너 6번.
1악장이 느리기로 유명한 첼리비다케보다도 연주시간이 길고 2악장은 비교적 빠르다는 요훔보다도 연주시간이 짧다.
빠른악장을 느리게 느린악장을 빠르게 연주했다면 당연히 부작용은 있을 것이다. 악장간의 대비감은 죽을 거고 빠른 악장의 다이나믹이 모자라 보일 거고 느린 악장에서 깊은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6번에 나타난 브루크너의 대담한 시도인 셋잇단 음표에 의한 도입은 역시 좀 활력이 없고 유약해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혼의 소리를 줄여버리다니. 좀 아깝기도 했고.
악구의 끝부분에서 소리를 줄이는 게 조금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샤이는 느린 템포로 생긴 시간을 예상대로 섬세한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있다.
물론 악단의 음색과 녹음도 매우 뛰어나다.
바이올린으로 화음을 넣는 부분에서는 순간적으로 이 작품에 혹 파이프 오르간이 쓰인 게 아닌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2악장은 빠른 템포이지만 투명한 아름다움이 더해져 급하다는 느낌보다는 잘못하면 늘어지기 쉬운 곡을 아름답게 연주한다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게 된다. 1, 2악장의 템포는 고클 주간 리뷰에서 읽은 것처럼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는 쪽에 공감은 하지만 이 작품의 레코드를 2가지 이상 보유한다는 입장에서 나름대고 개성있어서 만족스럽다.
3악장에서는 1악장에서 조금 모자란 듯했던 리듬감이 살았고 4악장은 첼리비다케같은 장대함은 아니었지만 콘서트헤보의 소리가 멋지게 울려퍼졌다.
결론은 표준적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후회없는 선택이었고 앞으로 한동안은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