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말러, 탄식의 노래 (Das Klagende Lied)

romantiker74 2021. 8. 9. 15:46

 

말러의 첫 작품으로 여겨지는 탄식의 노래는 빈 음악원 학생이었던 1878년(당시 나이 17세)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해 초에 말러는 오페라를 염두해두고 대본을 썼는데, 루드비히 벡슈타인(Ludwig Bechstein, 1801-1860)의 독일 민담과 전설집에서 찾아 낸 이야기에 기초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빠와 여동생은 왕위 계승을 담보해주는 꽃을 찾는 경쟁자이다. 소녀는 꽃을 찾았지만 깜빡 잠든 사이에 오빠에 의해 살해당한다. 후에 한 농부가 뼈를 주워서 피리를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그 악기에서 살해된 소녀의 이야기를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말러는 그림(Grimm) 형제의 민화집 <노래하는 뼈>와 그리프(Martin Greif)의 시에서도 아이디어를 채용해서 재구성을 했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오누이에서 형제로 바꾼다. 그림 형제의 동화 내용은 두 형제가 한 아내를 놓고 다툰 끝에 한 쪽을 죽이고, 그리고 '뼈 피리' 로의 발전은 벡슈타인과 같다. 말러의 스토리는 아름다운 여왕과 결혼하기 위해 형제간에
살인이 벌어졌고 훗날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뼈가 피리로 만들어져 이에 대한 노래를 불러 진실이 밝혀진 뒤 형도 죽는다는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다. 백슈타인과 그림의 이야기를 통합시키고 거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형태의 스토리를 만든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성경의 카인과 아벨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 되었다.

말러는 1879년 내내 작업에 매달린 끝에 1880년 11월에 끝냈다. 한 편, 1875년부터 매년 베토벤 상 콩쿠르가 있었는데, 말러는 작곡을 끝낸 이듬해인 1881년 이 콩쿠르의 작곡 부분에 이 작품을 제출했다. 심사는 1881년 9월 15일에 있었고 상은 말러의 전 교수 중의 한 사람인 로베르트 푹스에게 돌아갔다. 심사는 브람스, 한스 폰 리히터, 작곡가 칼 골드마르크, 음악원장 요제프 헬메스베르거, 말러의 작곡 교수 프란츠 크렌, 지휘자 빌헬름게리케, 수상자의 형인 교사이자 지휘자인 J. N. 푹스였다. 거의가 브람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결과 "탄식의 노래"는 밀려났다.

말러는 이 실패를 대단히 실망했고, 그가 평생을 고된 지휘로 벌어먹고 사는 이유가 되었다고  말하곤 하였다. 그러나 이미 1881년에 지휘 경력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항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말러가 바그너의 지지자였던 부르크너의 제자였던 것이 낙선의 이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던 브람스와 그의 지지자들은 바그너의 지지자라면 어떻게든 불이익을 주는데 똘똘 뭉쳐져 있었기 때문에 그 영향이 말러에게도 미쳤던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말러는 브람스의 비위를 맞추는데 충실했다고 한다.

이 작품이 다른 지휘자에 의해서 연주되지는 않았지만 말러는 대단한 애착을 갖고 지속적으로 개정에 개정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자신의 공식적인 작품번호 1번으로 결정했다. 또한 이 작품은 이후 그의 교향곡 작품들의 밑거름이 된다.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 그의 노트에는 동생의 이름이 여러 차례 나타나고 있다. 그가 열세 살 때 사랑하던 동생 에른스트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 사건으로 말러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탄식의 노래>는 오랜 세월 완전히 잊혀졌다가 말러의 추종자인 알반 베르크가 1901년 2월 초연한 후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아놀드 쇤베르크와 알프레드 롤러 등의 노력으로 종종 연주되었으나 그리 잘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불레즈가 1970년대 뉴욕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시절 이 작품을 연주회 프로그램에 올리면서 작품에 담긴 많은 의미를 발견해내기 시작하게 된다.

<개정>

말러가 13살 때에 그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 에른스트가 병으로 죽었다. 말러는 에른스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탄식의 노래>의 악보 여백과 당시의 노트에 그의 이름이 수차례 나타난다. 1881년 출판을 위하여 개정을 하게 되었을 때, 말러는 그 칸타타에서 동생의 살해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1부 "숲의 전설"의 생략을 제의받았고, 그것에 따르기로 결심했었다. 원작에서의 오누이였던 두 주인공을 형제로 바꾼 것이 말러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자신이 동생을 죽인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너무나 쉽게 이 부분을 삭제토록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은 <숲의 전설>의 삭제에 대한 합당한 이유는 순전히 음악적 근거에 있었다. "숲의 전설" 대부분이 제2부 <음유시인>에서 되풀이되었고, 두 곡 모두 긴 관현악 전주로를 갖는 시작과 상당 분량의 만연체가 쓰인 것으로, 두 부분이 거의 비슷한 개념이다. 요컨대 개정한 2부 판본이 더 단단하고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숲의 전설"이 매력적인 음악을 많이 담고 있고 1969년 자필보가 다시 부각되어진 이후 자주 연주할 만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말러가 처음 생각했던 의도대로 이 작품으로 듣는다는 것은 틀림없이 흥미가 있다.

1부 숲의 전설(Waldmärchen)
거만하기 짝이 없는 한 여왕이 자신이 동경하는 백마 탄 왕자 같은 남자를 도저히 찾을 수 없자 하루는 숲 속의 붉은 꽃을 찾아내는 사람과 결혼해서 그 사람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공고를 하였다. 이 소식을 접한 어느 형제가 그 꽃을 찾으려 함께 떠나게 된다. 형은 욕심 많은 사람이었고 동생은 선량한 인물이었는데 그 꽃을 먼저 발견한 사람은 바로 동생이었다.

꽃을 찾느라 피곤해진 동생은 그 꽃을 자신의 모자에 얹어두고 잠시 낮잠에 빠지는데 그것을 본 형은 동생에게 여왕을 뺏기는 것이 질투가 나 동생을 죽여 버드나무 아래 묻고는 그 꽃을 들고 여왕에게 간다. 이 작품은 그림 형제의 원작에 나온 형제 스토리를 말러가 개작한 것이고 이것은 말러 자신이 동생을 먼저 보낸 형의 괴로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시각이 있다.

2부 음유시인(Der Spielmann)
한 음유시인이 우연히 동생의 사체가 묻혀있는 그 숲을 지나다가 죽은 사람의 뼈를 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것으로 플루트를 만들어 분다. 관악기들과 솔로 바이올린의 유니슨은 그 뼈 플루트가 자아내는 구슬픈 음색과 한을 극대화하고 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구성진 목소리를 통해 형이 동생을 살해했다는 노래를 듣는다.

`음유시인이여, 나의 탄식을 들어주오'에서 말러 특유의 밝은 행진곡과 슬픔으로 가득 찬 비통한 멜로디가 서로 교차를 이루며 말러의 전형적인 아이러니한 대비 기법이 엿보인다. 음유시인은 놀라서 노래에 담긴 진실을 캐고자 다시 길을 나선다.

3부 결혼식에서 생긴 일(Hochzeitsstück)
결혼식을 상징하는 금관 총주의 흥겨운 행진곡풍 음악으로 시작한다. 말러가 교향곡에서 특징적으로 사용한 멀리서 들려오는 관악 앙상블(무대 옆에 별도로 배치한 관악 앙상블)의 원근감이 등장하며 무엇인가 다가올 불안한 기운을 예고하고 있다. 형과 여왕의 결혼식 날이 밝자 음유시인이 성에 도착하여 피리를 불게 되는데 형제간의 살인에 얽힌 얘기가 다시 흘러나오자 격분한 형이 그것을 빼앗아 자신이 대신 불어보지만 그 피리에서는 동생이 형을 고발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때 여왕이 실신하면서 여왕의 성은 무너지고 모였던 하객들도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종말을 고한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이 <탄식의 노래> 혹은 <고소의 노래>다. 독일어 klagen은 ‘탄식’과 ‘고소’의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성이 무너지고 모두 그곳으로부터 도망친다.

탄식의 노래와 이후의 교향곡
<탄식의 노래>는 확실한 말러적인 음향, 꼼꼼한 구상, 능숙한 악기사용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몇몇 악구는 말러에 의해 후기 작품에 재사용 혹은 발전되었다. 제1부 "숲의 전설"에 서 살해자가 나타나기 바로 전에 동생이 버드나무 아래에 누워 잠드는 부분의 악구는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 영웅이 라임나무 아래서 잠드는 부분과 거의 똑같다. 제2부 "음유시인"의 개시부는 제2번 교향곡의 개시부 스케치와 같다. 이 서주의 부드러운 F단조의 제2주제는 제1번 교향곡의 제1악장 속에 있고, 제3부 "결혼 편"의 클라이막스는 제1번 교향곡의 피날레에 등장한다.

음악은 특히 1부와 3부의 시작이 명백하게 베버와 초기 바그너의 형향을 받았다. 그러나 전체에서 말러적인 것을 들을 수 있다. 칸타타는 비극적인 C단조로부터 기쁨에 넘치는 C장조를 거쳐서 제6번 교향곡의 끝을 예견하는 공허한 A단조로 끝이 난다. 이 칸타타의 주요 선율들은 제1번 교향곡과는 명백히 매우 근접해 있고, 제2번 교향곡에도 있다. <탄식의 노
래>는 20세 작곡가가 서사체 작품에서가 아닌 교향곡의 범위에서 달성한 힘찬 의지의 선언이다.

 

<편성>

독창 : 소프라노, 알토(소년의 목소리 알토 포함), 테너, 베이스
합창 :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관현악 /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B, C, E-Flat), 바순, 호른, 트럼펫, 튜바, 브라스 오케
스트라(무대 뒤), 현악 앙상블, 타악기(팀파니, 트라이앵글, 심벌즈, 탐탐), 하프 2대

 

<초연>

1901년 2월 17일 빈(Wien)
독창자 : Elise Elizza, Anna Bahr-von Mildenburg, Fritz Schrodter, Edyth Walker
지휘 : Gustav Mahler
Orchestra : Vienna State Opera Orchestra
Chorus : Members of the Wiener Singakademie and the Schubert Bund (5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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